말씀묵상(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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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13,27] 네가 하려던 일을 어서 하여라
유다에게 포도주를 적신 빵을 주시며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유다는 '그가 하려던 일'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예수님을 은전 30냥에 팔아넘깁니다. 그에게도 회개의 기회는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라고 이미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 말을 못들은 척 했고 자신이 하려던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만일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그 일을 멈춰 세웠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그는 하느님을 잃어버린 비참한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들이 범하는 모든 잘못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됩니다. 잠시 멈춰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또렷이 바라본다면. 우리는 지금보다는 덜 후회스러운 삶, 더 아름다운 신앙생활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미움..
2024.04.09 -
[시편 35,1] 주님, 저와 다투는 자와 다투시고, 저와 싸우는 자와 싸워주소서
우리는 이 지상에 산다는 이유로 하느님과 무관하게 살 수 있는 심리적, 물리적 공간이 있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느님과 관계없이 살고 있다고 여길 때에도 하느님은 우리와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중용 1장은 말합니다. “도는 사람과 한시도 떨어질 수 없다. 만일 떨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오늘 우리가 입당송에서 읽게 되는 이 시편은 다윗이 자신을 죽이려는 사울을 피해 엔 게디 산성에서 머물며 읊은 것입니다. 그가 다투고 싸워야 할 적은 사울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적은 자신을 하느님과 분리시키려 하는 자신 안의 불신앙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우리에게 가장 큰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나의 삶이 하느님과 관계없다고 여기려는 내 안의 불신앙입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
2024.04.09 -
[마르 15,31] 다른 이들은 구원하였으면서 자신은 구원하지 못하는군
십자가의 예수님을 지켜보던 자들이 비아냥거리며 한 말입니다. 비웃기 위한 말이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구원하면서도 자신은 살리려 하지 않는, 바보 같은 사랑의 하느님입니다. 이 세상은 하느님 사랑으로 자라고 유지됩니다. 그 사랑은 온전하고 완전한 사랑이어서 하느님은 자신을 위한 어떤 것도 남겨두시지 않으셨습니다. 그 사랑은 끝까지 용서하고 참아내는 사랑이어서 탓하거나 벌하지 않습니다. 그 사랑은 신실한 사랑이어서 당신의 약속과 계약을 절대로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당신을 죽이려는 인간의 무도한 계획 앞에서 저항하거나 책망하지 않으시고 그렇게 죽어 가신 것입니다. 그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이 원래 그런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가장 높은 분이며 가장 강한 분이..
2024.04.04 -
[요한 10,38] 내가 그 일들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더 보여 주셔야 우리들에 대한 그분의 사랑을 믿을 수 있을까요? 저는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께 그런 질문을 던집니다. 피 범벅이 된 육신과 사람들로부터 능멸당하는 그 고통을 받아들이시는 이유가 뭐냐고. 하지만 주님은 말 없이 수난과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이십니다. 마치 알려 주고 싶은 것을 목숨을 내걸고라도 증명해 보여주고 싶으신 것처럼. 도저히 믿지 못하는 무뎌진 우리 마음이 그 고통과 슬픔을 보고 조금이라도 움직이길 바라시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살았고, 그래서 즐겁기도 했지만 죄로 물들었고 아프고 슬픕니다. 하느님은 아무것도 하실 수 없으셨습니다. 제 어미가 방황하는 아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그래서 슬피 우짖듯이 당신의 온 몸을 찢기우며 돌아..
2024.04.03 -
[요한 8,58]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
유다인들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돌을 들어 던지려 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메시아는 한 나라를 구할 임금일 뿐, 하느님은 아니시다’라는 태도표명입니다. 유다이즘 안에서 그들이 기다리던 메시아는 그들을 속박에서 구제해줄, ‘이 세상에 속한’ 정치적 메시아였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을 넘어선, 우주를 창조하신 하느님이 와 버렸으니 그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개입하십니다. 우리들의 일상이 천상적이지 않으니 그분의 오심이 우리에게는 ‘뜻하지 않은’ 균열이며 충격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만나고 있을 다양한 고통들과 슬픔들은 예기치 못한 메시아적 징조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세상에..
2024.04.03 -
[요한 8,31-32]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오늘은 긴말이 필요 없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과제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하셨으니, 그 분의 제자로 살기 위해 오늘의 말씀 안에 머무르는 것 말고 다른 말은 필요 없습니다. 위의 말씀 안에 머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의 말씀에도 머무셨으면 합니다. “죄를 짓는 자는 누구나 죄의 종이다. 종은 언제까지나 집에 머무르지 못하지만, 아들은 언제까지나 집에 머무른다. 그러므로 아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면 너희는 정녕 자유롭게 될 것이다”(요한 8,34-36) 문장 전체의 맥락을 다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마음에 와 닿은 말씀 구절을 하루의 양식으로 삼아 그 안에 머무시길 바랍니다.
202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