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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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45, 18] 주님은 당신을 진실하게 부르는 모든 이에게 가까이 계시네
주님은 진리이십니다. 진리는 진실하게 찾는 이에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찾지 않는 이에게는 진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뿐더러, 나타난다 해도 그는 진리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당연합니다. 배고픈 자가 빵을 찾는 것이고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끔 하느님께서 나에게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고 느끼는 것은 그분이 말씀을 안하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실하게 그분을 찾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주님을 진실하게 찾을 때는 주로 고통 중에 있을 때입니다. 내 스스로 더 이상 답을 찾을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하느님을 찾습니다. 그러니 내가 절실하게 하느님을 찾고 있지 않다면 어쩌면 나는 지금, 내 문제를 아직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거나, 혹은 하느님 품안에서..
2024.04.01 -
[에제 47,11]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예전에 어느 TV 프로에서 연예인들이 농사를 지으며 처음 경험하는 생명의 신비에 감탄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 때 자막에, 인간이 땅에서 멀어지면서 하늘과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도 사라졌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자연은 이제 소비의 대상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농사의 전 과정이 싹둑 잘려진 채, 완제품으로서의 농산물이 마켓에서 거래되고, 자연의 아름다움도 도시를 벗어나 소비해야만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온 세상과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도 일주일에 한번 성당에나 가야 만날 수 있는, 지루한 전례 안에 암호처럼 감추어진 존재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자연과 농작물이 단 1초도 하느님의 신비와 떨어질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하느님 없이 단 1초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 내는 것은 쉽..
2024.04.01 -
[이사야 65,17] 나 이제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리라
'盡人事待天命', 사람의 일을 다 한 후에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 사람의 일방적인 노력이나 하늘의 무조건적인 명령이 아닌, 사람과 하늘이 만나는 새로운 창조입니다. 오늘 이사야서에서 하느님은 이러한 새로운 창조를 예고하십니다. 창세기의 창조가 세상의 시작, 하느님 혼자하신 창조라면 새로운 창조는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 함께 만들어 내는 만남과 친교의 시작, 사랑의 창조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일을 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자신을 통해 이루실 일을 믿고 기다립니다. 그러다 뜻밖의 선물들을 만나게 되니 '즐겁고', '기쁜' 것입니다. 복음(good news)'은 하느님의 혼잣말이 아니라 인간의 믿음과 응답으로 새로이 창조되는 '기쁜 소식(good news)'인 것입니다. 새로운 한주간이 시작되는 오늘, 일상의 삶에..
2024.04.01 -
[요한 3,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아이유의 ‘마음’이라는 노래말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게 죽고 새로 태어나/다시 늙어갈 때에도/ 감히 이 마음만은 주름도 없이/여기 반짝 살아 있어요/ 영영 살아 있어요” 젊은 시절, 누군가를 사랑했던 반짝이는 그 마음은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살아 있을 거라는 믿음입니다. 사랑은 늘 ‘영원’을 기약합니다. 영원을 기약하지 않는 마음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셨습니다. 하느님이 세상을 사랑하셨으니, 그분 역시 그 사랑이 영원하기를, 인간에 대한 사랑과 기억이 영원하기를 기약하셨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기억 속에 영원한 것이라면.. 결국 우리는 영원히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창조주 하느님의 고백입니다. 우리의 노고가 아니라 단지 믿음을 ..
2024.04.01 -
[호세 14,6]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이 되어 주리니, 이스라엘은 나리꽃처럼 피어나고.
오늘 이 구절을 말씀 씨앗으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너무 아름다워서입니다. 호세아서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되는 구절입니다. 하느님은 마음을 돌려 당신에게 돌아온 이스라엘에게, 아침 반나절 햇빛에도 사라져버리는 이슬이 되어 주겠노라고 약속하십니다. 이슬을 머금은 이스라엘이 ‘나리꽃처럼 피어나’게 되면 하느님은 당신의 모든 것을 바쳐도 아쉽지 않다는 말씀이십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십니다. 그것은 괜한 요구가 아닙니다. 사실 하느님이 먼저 마음과 목숨과 정신과 힘을 다하여 인간을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나리꽃을 피워내기 위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는, 아침이슬 같은 사랑 말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를 ..
2024.04.01 -
[루카 11,21]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이다
얼마 전 읽은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술을 끊고 싶었으나 번번이 실패하던 사람에게 수도승이 ‘성경’을 읽으라고 권유하는 내용입니다. 그 사람은 성경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몰라 답답하다고 하자 수도승은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에 무슨 말인지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계속 열심히 읽으십시오. 어느 성인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대가 하느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악령들이라도 그대가 읽는 것을 알아듣고 그 앞에서 두려워 떨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성경이나 영성서적의 독서를 통해 앎의 기쁨을 얻거나 뚜렷한 영적 깨달음을 얻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 편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영신적 보호를 받고 있으며, 하느님을 지향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기도임을 잊지..
202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