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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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4,32] 신자들의 공동체는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았다
2024. 4. 9 화요일 군자는 생을 마감하지만, 소인은 그저 죽을 뿐(君子曰終,小人曰死). 인생을 진지하게 여기고 산 사람은 시작이 있어 마침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저 정처 없이 살다 목숨을 잃는 것이라는 예기(禮記)의 이야기입니다. 시작과 마침이 있다는 것은 거기에 진실이 있음을 아는 것입니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되돌아가는 인생입니다. 그러니 물질을 탐하지 않고 아름다움과 가치를 추구합니다. 아래의 것을 추구하지 않고 위의 것을 추구합니다. 손을 벌려 베푸는 부유한 마음을 지닙니다. 사도행전의 이 말씀은 참 인생을 스승 예수에게서 배운 첫 공동체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깨달은 것은 오늘 요한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위로부터 태어남'입니다. 빈손으로 태어남을 알아 빈손으로 돌아가..
2024.04.18 -
[루카 1,38]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2024.04.08 월요일 저는 오늘의 성경 말씀을 들을 때면 소박해 보이는 성모님의 이 고백이 너무나 웅장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의 지혜로는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통보에 어린 소녀 마리아는 모든 의심을 버리고 당신의 몸과 영혼을 하느님께 열어 놓습니다. 우주의 창조주께서 이 세상에 오심이 한 소녀의 소박한 ‘응답’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일어날 세상의 비난은 오로지 마리아의 몫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응답은 모든 것을 감내하려는 용기 있는 결단이기도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어떻게’라는 의문을 스스로 던질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성모님께서 처했던 바로 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네’라는 용기 있는 응답을 통해 나의 지혜가 아닌 성령의 지혜가 스스로 활동하실 것입니..
2024.04.18 -
[요한 20,22] 성령을 받아라
문을 닫아걸고 있던 제자들에게 부활한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뒤 늘 제자들을 찾아오십니다. 제자들이 부활한 예수님을 찾아 헤맨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누군가 말합니다. ‘우리는 발견하는 주체가 아니라 발견되는 대상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에 의해 발견된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그러니 나의 능력이나 업적보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자비이며 아무도 버리지 않는 하느님의 이상한 선택입니다. 힘을 빼고, 움켜진 손과 움추린 몸을 펴면 잡으려던 세상이 펼쳐진 나의 손과 품으로 찾아들 것입니다. 세상과 기쁨은 만나는 것이지 소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령은 이렇듯 우리의 닫힌 마음을 열어 세상과 만나게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제 곧 제..
2024.04.15 -
[사도 4,1] 베드로가 성령으로 가득 차 그들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월요일부터 사도행전의 베드로를 만납니다. 거기서 만난 베드로는 복음에서 봤던 즉흥적이고 부족한 모습과는 달리 결연하고 용기 있으며 신중합니다. 변화된 것입니다. 그는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서 겸손과 사랑을 배웠고, 그분의 부활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읽은 글에 베드로를 연상케 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 '온전함'과 '완벽함'은 다릅니다. 완벽주의자는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해 하느님의 은총을 보충하고자 합니다. 자신은 아직 부족하다는 두려움이 그를 몰아가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온전한 사람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는 예수가 발을 씻기게끔 내맡깁니다.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는 마음을 억누르고, 자신의 존엄 안에서 평온을 누립니다. 무한한 하느님의 은총이 자신의 마음을 어..
2024.04.15 -
[사도 3,26] 여러분 하나하나를 악에서 돌아오도록 하여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은 오직 인간이 하느님께 돌아오도록 하기 위한 당신 자비의 표현이십니다. 하느님은 단 한 번도 당신의 뜻을 강요하지 않으셨습니다. 죄 없는 하느님의 목숨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순간에도 그것을 거부하거나, 그에 대한 죄를 묻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부활하셔서도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 너희들이 나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나는 부활했다고, 그러니 회개하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의 언어 안에는 강요나 압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와 그분과의 관계가 두려움이 아닌 사랑의 관계가 되길 원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느님은 노예나 부하직원이 아닌 자녀들을 원하신 것입니다. 만일 그분의 이러한 마음을 안다면 우리 역시 두려움이 아닌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분께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
2024.04.15 -
[루카 24,31]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고, 깨달았으면 부처도 버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깨달으면 자신이 부처가 되었으니 버리고 말 것도 없습니다. 엠마오로 떠나던 두 제자들은 처음에 눈이 가리워 길에서 만난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성찬의 과정을 통해 예수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분이 사라지십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그들을 떠난 것이 아니라 그들과 가장 가까이서 함께 계시게 된 것을 나타냅니다. 가장 가까운 것은 보이지 않는 법. 그들이 작은 예수가 됐으니 그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제 제자들에게 새로운 소명이 생겼습니다. 그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이 어디 계신지 찾을 것이 아니라..
202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