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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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19,46]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
2024. 11. 22 금요일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천사는 이성으로 구원되었고 동물은 본능으로 구원되었지만 인간은 이 둘 사이를 방황한다” 이는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딱한 처지를 표현한 것이지만 동시에 이 방황으로 인해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오직 인간만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자발적으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거룩한 성전입니다. 기계적으로 이어지는 무의미한 말들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아름다운 성전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성전에서 물건을 사고팝니다. 하느님을 모시고 그분께 찬미와 감사를 드려야 할 공간이 인간의 욕망으로 오염됩니다. 이러한 일이 우리 안에서도 일어납니다. 거룩한 성전으로 창조된..
2024.11.22 -
[마태 12,50]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2024. 11. 21 목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점 보는 것에 중독된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들을 때까지 여기저기 점집을 돌아다닌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지만 우리의 습성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하거나, 자기에게 좋은 말을 해 주는 사람들하고만 가까이 지내는 것입니다. 언젠가 후배신부님이 묵상글에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는 어른이 점점 사라진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본당신부가 되고나니 아무도 자신을 질책하지 않고, 그래서 자신이 완전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사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깊이 공감했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질책이 따갑습니다. 성모님은 아들의 냉정한 말이 아프셨겠지만, 늘 ..
2024.11.21 -
[루카 19,16] 주인님의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였습니다
2024. 11. 20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어머니 집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많습니다. 필요 없는 물건들은 버리시라고 그렇게 말씀을 드려도 고집을 꺾지 않으십니다. 물건 하나하나에 기억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랍니다. 얼마 전 어머니 집 공구함을 뒤적이다가 50년 전 아버지께서 만드신 손망치며 작은 도구들을 발견했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이후로 어머니께 물건을 버리시라는 말씀을 드리지 않습니다. 총알배송, 새벽배송으로 날아오는 물건들은 쉽게 잊혀지고 쉽게 버려집니다. 우리의 소비패턴은 만남과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하거나 버려야 할 기억만 존재할 뿐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부르심과 사랑을 되새길 여유가 사라진 것입니다. 열미나를 벌어들인 그 종은 주인이..
2024.11.20 -
[묵시 3,20]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
2024. 11. 19 연중 제33주간 화요일어제 복음에는 예수님께서 눈먼이를 만나고 보게 하신 기적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눈먼 이의 ‘다시 보고’ 싶어 했던 기도는 이루어졌고, 눈을 떠 처음 보게 된 분이 예수님이셨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을 보고 싶어하는 자캐오가 등장합니다. 그는 예수님을 보기 위해 돌무화과 나무로 올라갑니다. 자캐오는 보고자 하는 것이 명확했습니다. 키가 작은 자신의 단점이 그를 나무 위로 올라가게 했고, 그래서 예수님을 뵙게 됩니다. 더 나아가 그가 거처하는 곳까지 구원을 받았습니다. 사실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고 싶어 했던 분도 예수님이요, 보아야 할 분도 예수님입니다. ‘누구는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우리는 그분을 만나게 됩니다. 언제 어디서든. 오늘 하루 참 ..
2024.11.19 -
[묵시 1,5] 네가 어디에서 추락했는지 생각해 내어 회개하고, 처음에 하던 일들을 다시 하여라
2024. 11. 18연중 제33주간 월요일오늘 말씀씨앗은 요한묵시록의 내용입니다. 주님은 에페소 교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너는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저버렸다’고 꾸짖으십니다. 우리의 추락은 게으름이나 사적인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것들은 나중의 일입니다. 근원적인 것은 처음의 사랑을 저버린 것에 있습니다. 주님은 에페소가 ‘인내심이 있어서, 지치는 일이 없었다’고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내심과 지치지 않는 열정. 참으로 아름다운 덕목이지만 때론 이러한 우리의 노고도 게으름이나 욕망만큼이나 맹목적이고 자기 기만적일 때가 있습니다. 그 인내와 열정에 사랑이 빠지게 될 때, 우리의 열정은 댓가를 바라게 되고 노력에 비한 반응이 냉담할 때 쉽게 실망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2024.11.18 -
[2요한 9] 그리스도의 가르침 안에 머물러 있는 이라야 아버지도 아드님도 모십니다
2024. 11. 15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란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보여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입니다. 세상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약속입니다. 그분은 심판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안아 주시는 분이십니다.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 가르침 안에 머물 때 우리는 비로소 ‘가난’해질 수 있으며 참 기쁨을 얻게 됩니다. 이 기쁨은 세상이 주는 기쁨과는 다릅니다. 무엇을 이루거나 얻어서 생기는 기쁨이 아니라 하느님 자비에 대한 믿음으로 얻어지는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성취한 것이 무엇이든,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이 무엇이었든, 그 모든 것은 세상의 것입니다. 사라져 가버리는 것들, 그것은 내가 아닙니다. 근심과 걱정은 믿지 못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202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