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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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21,28]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2024. 11. 28 연중 제34주간 목요일오늘도 눈이 소복히 내렸습니다. 성당 앞 공원의 전나무며, 아직도 붉은 빛을 띄고 있는 단풍나무 위로 하얀 눈이 예쁘게 올라탔습니다. 하지만 출근을 위해서, 혹은 또 다른 이유로 길을 나선 이에게는 밤새 내린 눈이 낭만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질척이며 바짓가랭이를 타고 오르는 물기 먹은 눈, 도로위의 먼지들과 뒤섞인 그것들은 오히려 불쾌감을 줍니다. 그러나 잠시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그 위를 바라보면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발 ‘아래’는 오염된 눈덩이지만 지붕 ‘위’와 나무 ‘위’는 찬란한 설국입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땅을 바라보면 두려움과 한숨 뿐이지만 하늘을 바라보면 새로운 희망이 열립니다. 땅의 나라를 어지럽힌 눈..
2024.11.28 -
[루카 21,19]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2024. 11. 27연중 제34주간 수요일우리의 일생이 늘 평화롭다면, 평화의 의미를 알지 못할 것입니다. 온 지구에 공기가 가득하니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평화는 고통 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내를 통해 얻게 되는 선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평화가 아닌 칼을 주러 오셨다고 말씀하신 뒤,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부활의 평화를 제자들에게 빌어 준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앞으로 있을 박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것이 당신을 증언할 ‘기회’라고도 하십니다. 내가 예수님을 믿고 있다는 것은 한가하거나 아무 일 없는 상황에서가 아니라 어렵고 힘든 고통 중에 비로소 증거됩니다. 내가 잃어 버린 한 마리 양이었을 때, 집을 떠난 둘째 아들이라 여길 때..
2024.11.27 -
[묵시 2,10] 죽을 때까지 충실하여라. 내가 생명의 화관을 너에게 주리라
2024. 11. 26 연중 제34주간 화요일오늘 복음은 종말에 관한 내용이며 그때 등장하는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라는 경고입니다. 종말은 역사의 어느 한 시점에 발생하는 사건이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무너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무너짐의 체험 앞에서 여기저기 말씀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주술적인 힘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 이어지는 루카복음 21장의 마지막 가르침은 이것입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6)” 무너짐과 슬픔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깨어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님 앞에 설 수 있는 힘..
2024.11.26 -
[묵시 14,5] 그들의 입에서는 거짓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2024. 11. 25연중 제34주간 월요일오늘 말씀의 주제는 모두 정직함입니다. 독서에서는 속량된 십사만 사천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들은 어린양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는’이들입니다. 그들의 입에는 거짓이 없습니다. 주님을 따라나서기 위해서는 먼저 내 안의 거짓과 위선을 씻어 버려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가난한 과부처럼 말입니다. 그녀는 가난했습니다. 없는 가운데 가진 것 모두에 해당되는 렙톤 두닢을 넣습니다. 자신의 욕심을 남겨 두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그녀의 첫 번째 정직함입니다. 렙톤 두 닢을 내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부끄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 시선에 갇혀 자신을 평가하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이 바쳐야 했던 것..
2024.11.25 -
[루카 19,46]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
2024. 11. 22 금요일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천사는 이성으로 구원되었고 동물은 본능으로 구원되었지만 인간은 이 둘 사이를 방황한다” 이는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딱한 처지를 표현한 것이지만 동시에 이 방황으로 인해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오직 인간만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자발적으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거룩한 성전입니다. 기계적으로 이어지는 무의미한 말들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아름다운 성전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성전에서 물건을 사고팝니다. 하느님을 모시고 그분께 찬미와 감사를 드려야 할 공간이 인간의 욕망으로 오염됩니다. 이러한 일이 우리 안에서도 일어납니다. 거룩한 성전으로 창조된..
2024.11.22 -
[마태 12,50]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2024. 11. 21 목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점 보는 것에 중독된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들을 때까지 여기저기 점집을 돌아다닌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지만 우리의 습성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하거나, 자기에게 좋은 말을 해 주는 사람들하고만 가까이 지내는 것입니다. 언젠가 후배신부님이 묵상글에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는 어른이 점점 사라진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본당신부가 되고나니 아무도 자신을 질책하지 않고, 그래서 자신이 완전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사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깊이 공감했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질책이 따갑습니다. 성모님은 아들의 냉정한 말이 아프셨겠지만, 늘 ..
202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