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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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17,21]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2024. 11. 14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하느님 나라는 군악대의 행렬을 보는 것처럼 오는 것이 아닙니다. 군악대의 행렬은 보는 순간 즐거울 수는 있어도 행렬이 떠나가면 바로 남의 일이 되어버립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나의 일상, 나의 고민, 나의 충만과 연결되어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나와 관계가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나의 일’이 된다는 것은 ‘나’를 발견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나’는 ‘너’와의 관계 안에서만 발견됩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가운데에 있다’고 하신 것도 그 나라가 ‘나’와 ‘너’의 만남 안에서 발견된다는 말씀일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가 그 안에 있다 했으니 나와 너의 마음 안에 분명 하느님이 있을 겁니다. 나의 그것을 드러..
2024.11.14 -
[루카 17,19]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2024. 11. 13 연중 제32주간 수요일 오늘 복음은 나병의 치유를 청한 10명의 나환자에 대한 내용입니다. 치유를 받은 10명 가운데 사마리아 사람만이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에 대한 매일미사 ‘오늘의 묵상’의 내용을 일부 전해 드립니다. “오늘 복음은 믿음이 청원과 감사와 함께 커져 간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청원 기도를 하고 그 청원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루어진 체험을 한 뒤, 그것에 대한 감사 기도를 드릴 때 우리 믿음이 커지고 굳건해집니다. 필요할 때 애타게 청원 기도를 해도 그 청원이 어떤 방식으로 응답 받았는지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래서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지 못하는 사람은 믿음이 깊어지지 못합니다” 우리의 청원이 꼭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
2024.11.13 -
[루카 17,10]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2024. 11. 12. 화요일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지지 않은 짐을 우리에게 지도록 하지 않습니다. 오늘 말씀을 읽으면서, 예수님도 하느님께 똑같은 고백을 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 나아가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고백이라는 생각에 이릅니다. 그래서 ‘쓸모없는 종’이라는 표현은 자신의 무능함을 한탄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것을 주장하지 않는 겸손이요, 댓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임을 알게 됩니다. 밭 갈고 양 치는 종의 일은 밭 갈고 양 치는 것이지만 일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저녁 시중을 듭니다. 꼭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사랑하므로 멈출 수 없는 삶입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말씀은 신앙인으로서 의무에 충실하라는..
2024.11.12 -
[루카 17,6]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2024. 11. 11 월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 (루카 17,6) 오늘 말씀씨앗은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라고 청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믿음은 그 위에 무엇이 ‘더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10% 믿음이건 90% 믿음이건 그 안에 여전히 ‘의심’이 있다는 측면에서 참된 믿음이라 할 수 없습니다. 믿음은 100%의 믿음입니다. 그것이 설사 겨자씨만큼 작은 것이라 해도 예상치 못한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믿음은 그 크기에 있지 않고 ‘한결같음’에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넘어지고, 멈추어 섭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믿음은 과연 무엇일까? 그..
2024.11.11 -
[마르 12,42]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와서 렙톤 두 닢을 넣었다
2024. 11. 10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오늘 말씀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지켜보고 계셨고 많은 사람들이 헌금함에 돈을 넣고 있었습니다. 자기를 과시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요, 가난한 사람이 헌금하기에는 부끄럽고 피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부자들은 하느님 앞에 헌금을 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하느님을 돈 주고 산 것입니다. 가난한 과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가난을 들키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자신의 가난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적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것, 즉 자신을 온전히 봉헌한 것입니다. 오늘은 평신도 주일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 앞에 ‘평범한’ 신앙인입니다. 혹시 자신의 재능이나 재물로 하느님을 사려하거나..
2024.11.10 -
[필리 3,20]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구세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고대합니다
2024. 11. 8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우리의 신앙은 다시 오실 구세주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분은 지금도 오셨고 세상 끝날에도 다시 오십니다. 그러면 그분은 ‘지금’ 우리에게 어떻게 오실까?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통해 배운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분명 부활하셨지만 그분을 ‘그리워한’사람들에게만 당신을 드러내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 삶 안에 느닷 없이 오시는 예수님은 가장 작은 이들의 모습(마태 25,40)으로 나타나십니다. 그분을 고대하고 ‘그리워’하는 이에게 가장 작은 이의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님. 그것이 하늘의 시민으로서 우리가 기억하여야 할 자격 요건입니다. 얼마 전 지인에게서 빅토르 위고의 명언을 전해 받았습니다. “우주를 한 사람으로 축소시키고 그 사람을 하느님으로 확대시..
202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