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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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나해 23주일
우리 동기 신부들 가운데 여러분도 잘 아는 신부님이 있습니다. 바로 빠다킹 신부, 조명연 신부입니다. 매일 좋은 말씀을 사람들에게 배달하는 신부입니다. 그가 2년 전에 책을 냈습니다. 제목은 ‘맘고생 크림 케이크’입니다. 여러 가지 예화들을 실은 책인데, 그 가운데 ‘맘고생 크림 케이크’와 관련된 내용도 있습니다. 어떤 자매님이 우연히 빵집에 갔다가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케이크를 보게 됩니다. 케이크 이름이 ‘맘고생크림케이크’ 그렇잖아도 요즘 힘들어서 맘고생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맘고생을 하고 있으면 이런 이름의 케이크까지 생겼을까 싶었답니다. 그래서 빵집 직원에게 그 케이크를 가리키면서, “여기 맘고생크림케이크 하나 주세요”했답니다. 그런데 직원이 알아듣지 못합니다. 계속해서..
2024.09.13 -
[루카 6,41]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2024. 9. 13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 기념일 가까운 것일수록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눈이 눈을 볼 수 없듯이 나도 나의 들보를 보기 어렵습니다. 내가 나를 올바로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마음으로 나를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때론 타인을 통해서 나를 보기도 합니다. 내게 부족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 안에서 일종의 동요가 일어납니다. 소중한 순간입니다. 이 때 이 동요를 긍정적으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안에서 받아들이면 나의 들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동요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이 때부터 질투와 시기, 미움이 자라납니다. 그리고는 그 사람의 눈 속에 들어 있는 작은 흠을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들보는 점점 어두움에 갇혀 변화될 가능성은 사라집니다. 내..
2024.09.13 -
[1코린 8,1] 지식은 교만하게 하고 사랑은 성장하게 합니다
2024. 9. 12 연중 제23주간 목요일 무쏠리니는 지독한 독서광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가 읽은 책들에 남겨진 메모들을 살펴보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그는 자신의 생각에 들어맞는 것들에는 훌륭하다는 메모를, 반대되는 내용들에는 X표를 하거나 심한 비난의 글을 적어 놓았다고 합니다. 많은 독서를 통해 자신을 개방하여 풍요롭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가두어 버리는 장벽을 쌓은 것입니다. 결국 자신의 생각에 갇혀 세계대전을 일으킨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랑은 열어놓음입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용기입니다. 우리가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습니다. 닫혀 있으니 상대방이 지닌 고뇌와 아픔의 영역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게 됩니다. 교만하게 만드는 ..
2024.09.12 -
[루카 6,20]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2024. 9. 11 연중 제23주간 수요일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부위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아픈 부위입니다. 어느 부위이건 상처가 나거나 손상이 되면 우리는 그것을 위해 치료를 하고 휴식을 취하며 돌봅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공동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소외되고 아픈 사람이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사도로 뽑으신 뒤 이어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가난하거나 굶주리거나 우는 상황에 있어야 행복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자들이 앞으로 겪게 될 가난과 굶주림과 슬픔이 끝이 아니며 그것을 넘어선 ‘새로운 행복’을 주시겠다는 위로요 약속입니다. 아픔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가장 ‘중요하..
2024.09.11 -
[루카 6, 17]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가 평지에 서셨다
2024. 9. 10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오늘 예수님께서는 ‘산’에 오르시어 밤새 기도하시고 12명의 사도들을 뽑으십니다. 사도들은 ‘육신의 빵’이 아닌 ‘영신적 빵’을 선택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 사람들입니다. 땅만 바라보며 떠난 다른 제자들과 달리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는 하늘의 초청을 받아들인 사람들. 그런 제자들을 예수님은 다시 ‘평지’에 세우십니다. 다시 땅으로 내려온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됨이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것, 그래서 참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 우리의 영신생활도 언제나 여기에 기초해야 합니다. 온전히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은 세상에서 도피한 것이며, 땅에만 얽매인다면 우리의 본향을 잊은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사랑하려 할 때,..
2024.09.10 -
[1코린 5,8] 순결과 진실이라는 누룩 없는 빵을 가지고 축제를 지냅시다
2024. 9. 9 연중 제23주간 월요일 우리는 자신이 커져야 인정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누룩을 내 마음에 넣어 나를 부풀리고 비대하게 합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가 말한 것처럼 ‘묵은 누룩’을 넣는 것입니다. 현대인의 많은 심리적 불안과 공황은 내 모습을 순수히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들 말합니다. 불순물이 가득한 한량의 잡석 보다는 순수한 한돈의 금이 훨씬 가치가 있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순수한 내 자신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하느님은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십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이 그렇게 나를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나를 만드신 하느님에 대한 반항일 뿐입니다. 나의 슬픔은 내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처지에..
202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