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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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경축 감사의 인사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선 후배 신부님들, 그리고 교우 여러분.오늘은 우리 검암동 성당 37돌을 경축하는 본당의 날입니다. 아울러 부족한 제가 사제 수품 받은지 25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은경축의 날이기도 합니다. 신학생 때, 은경축 맞이하는 신부님 축하식을 보면서, ‘아 저 신부님, 이제 할아버지 신부님이시네, 은퇴하실 날이 얼마 안남으셨네’하며 축하와 더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제가 그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신부님은 꽤나 어른 같으셨는데, 저는 지금 어떤가 하는 반성도 해 봅니다. 제 서품성구는 마태오 복음 20장 28절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입니다. 사제로 서품되면서 교우분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사제생활을 해야겠다 결심은 했지만..
2024.10.28 -
[루카 12,56] 너희는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 할 줄 모르느냐?
2024. 10. 25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하늘과 땅의 징조는 풀이하면서도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음을 알지 못한 이스라엘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오심으로 인해 시작된 하느님 나라는 새 삶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그 때의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하늘과 땅의 변화를 경험하고는 앞으로 닥칠 위기를 읽어냅니다. 이 위기를 단순히 생존에 대한 경고로만 인식한다면 여전히 우리는 땅에 매어 있는 존재일 뿐입니다. 세상을 하느님의 눈으로, 우리 안에 부어주신 ‘사랑’으로 다시 풀이해야 합니다. 그 때라야 모든 피조물들에 대한 미안함과 하느님께서 주신 자연과 물질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안락과 간편함이라는 이유로 많은 것들을 낭비했던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 반성은 우리의 생존..
2024.10.25 -
[에페소 2,16-17] 아버지께서 당신의 풍성한 영광에 따라 성령을 통하여 여러분의 내적 인간이 당신 힘으로 굳세어지게 하시고..
2024. 10. 24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아버지께서 당신의 풍성한 영광에 따라 성령을 통하여 여러분의 내적 인간이 당신 힘으로 굳세어지게 하시고, 여러분의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마음 안에 사시게 하시며, 여러분이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그것을 기초로 삼게 하시기를 빕니다. (에페소 2,16-17) 오늘의 말씀씨앗은 좀 길지만 깊이 묵상했으면 합니다. 우리는 신앙을 통해 ‘내적 인간’이 굳세어 지길 바랍니다. 내 자신이 성령을 통해 더 견고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내 마음에 사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자신이 스스로 의로워질수 있다는 교만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사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결국 ‘사랑에 뿌리를 내린’사람입니..
2024.10.24 -
[루카 12,40]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2024.10.23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박사 논문을 쓰는 중에는 논문만 마무리 되면 새로운 세상이 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논문을 끝내고 학위가 결정되던 날, 세상은 어제와 그대로였습니다. 그리고 고국에 다시 돌아오니, 논문 못지않게 신경 써야 할 일들이 계속 생겼습니다. 중요한 것은 목표의 성취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애씀과 정성이라는 삶의 ‘태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종말이 언제 일어날지 말씀하시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마음을 복잡하게 하려고 그러신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완성은 어느 한 시점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애쓰는 전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오늘 말씀은 단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이..
2024.10.23 -
[루카 12,38]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2024. 10. 22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중국에서 공부할 때의 일입니다. 유학을 온 한 동료에게 홀로 타지 생활하는데 외롭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친구는 ‘외롭다기보다는 그리운 것 같다’고 답을 했습니다.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홀로 떨어져 있음을 외롭다 여기면 슬프지만 그리웁다 여기면 보고픈 그 사람으로 인해 힘이납니다. 그래서 외로움은 잠을 청하게 하지만 그리움은 깨어 있게 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우리가 깨어 있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십니다. 깨어 있음은 무작정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워하는 마음입니다. 나에게 오실 그분을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 그러니 깨어 있음은 힘든일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이며 기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인은 깨어 기다린 종에게 오히려 시중을 듭니다. 그것은..
2024.10.22 -
[루카 12,15]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2024. 10. 21 연중 제29주간 월요일 오늘 복음은 자신이 모아둔 재산을 저장하기 위해 곳간을 짓는 부자 이야기입니다. 복음의 내용을 읽어보면 그는 크게 잘못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많은 소출을 거두었고 모아둔 재물을 보며 뿌듯해 했을 뿐입니다. 누군가에게 빼앗은 것도 없고 해를 끼친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에게 잘못이 없어 보인다면, 어쩌면 우리도 그와 유사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땅에서 소출을 거두었으면서도 그것을 있도록 하신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했고 감사하지 못했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이 돌아갈 곳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여 자신의 생명과 그 재물이 어떻게 될 것인지 숙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입니다...
202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