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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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5,17] 나는 율법서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2024. 6. 11 연중 제10주간 수요일 많은 교우분들이 고해실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하는 고백은 ‘주일을 궐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왜 ‘죄라고 생각하시냐’ 물으면, 의무인데 어겼으므로 죄라고 이야기 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일을 거룩히 지내는 것의 정신이 무엇인지 살피지 않고 그것을 단지 의무로만 생각할 때, 그것은 무거운 짐이 되어 오히려 하느님을 멀리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주일을 궐하게 됩니다. 지켜야 할 의무나 규칙들은 우리를 죄인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사랑을 증거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주일을 궐했다면 ‘하느님과 더 가까워질 기회를 제가 저버렸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이 하느님을 위해서도, 또 본인을 위해서도 더 ..
2024.06.12 -
연중 나해 10주일
오늘 말씀을 묵상하다, 저의 묵상과 너무나도 맞아 떨어지는 글이 있어 읽어 드리고자 합니다. 마틴 슐레스케의 ‘울림’이라는 책에 있는 글입니다. 화가인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는 언젠가 “직선에는 하느님이 없다”고 했다. 이것은 곧은 선밖에 알지 못하는 영혼, 구원받지 못한 완고한 영혼을 빗댄 말이다. 많은 것이 이상적이지 않다. 나의 외모, 마음결, 한 걸음 한 걸음 더듬듯이 나아가는 삶. 불완전한 인간 관계, 불확실한 진로, 거기 어느 곳에 작도된 것 같은 직선이 있는가? 그런 마음은 하느님이 똑바로 선을 그을 능력이 없다고 분노할지 모른다. 직선적인 믿음은 일들을 밀고 끌고 잡아당기고 주무르려 한다. 그런 믿음은 스스로 하느님을 가르치려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 슬픔의 원인은 나의 삶과 생각과..
2024.06.11 -
[마태 10,8] 너희는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2024. 6.11 화요일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 하느님으로부터 거저 받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우리의 육체, 정신, 생명, 우주. 모두 하느님에게서 온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능력 역시 그분의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우리의 선한 행위, 영감(靈感), 회개(悔改)도 역시 하느님에게서 왔습니다. 다만 우리는 하느님께 협조했을 뿐이며 우리의 자발성이 그분의 은총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 뿐입니다. 그분께 협조하는 마음 역시도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니 우리가 자랑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살레시오 성인은 하느님의 무상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십니다. "우리는 영감(靈感)의 효력을 방해할 수는 있어도 거기에 무엇인가를 더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너희는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고 말씀하십니다...
2024.06.11 -
[마태 5,3]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2024. 6. 10 연중 제10주간 월요일 몇 일 전 한국 축구대표팀이 싱가포르에게 7:0 대승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경기 뒤 싱가포르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비록 큰 점수차로 한국에 패배했지만 웃음을 머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합니다. 보통의 팀들은 점수 차이가 나고 승리가 확정된 이후에는 플레이를 대충하곤 합니다. . 하지만 한국은 승리가 확정된 이후에도 우리를 상대로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홈관중들은 그러한 플레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한국이 대충 경기를 뛰면서 승리를 가져갔다면 매우 절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우리를 상대로 최선을 다하였고, 거기서 실력 차이를 체감했을 때는 절망보다는 웃음이 났던 것입니다” 겸손한 마음, 가난한 ..
2024.06.10 -
[마르 3,29]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히 용서를 받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매이게 된다
2024. 6. 9 연중 제10주일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직선에는 하느님이 없다’ 하느님의 창조물 가운데 온전한 직선이나 반듯한 네모는 없습니다. 마치 나뭇결처럼, 일렁이는 파도처럼, 날카롭지만 곡선과 조화를 이루는 산맥처럼 우리의 인생 역시 다양한 굽이들을 그 안에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건물처럼 네모나지 않고 작도된 도형처럼 직선도 아닙니다. 그래서 ‘성령’은 예수님이 말씀하셨 듯, 바람과도 같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이러한 성령을 거슬러 ‘직선’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율법학자들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추앙하는 율법이라는 직선에 갇혀 결국 하느님을 사형시키는 극단적 결말을 초래했습니다. 스스로 영원히 용서 받지 못할 죄에 매이게 된 것입니다. 내가 가진 얄팍한 직선의..
2024.06.09 -
[에페 3,17] 여러분의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마음 안에 사시게 하시며, 여러분이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2024. 6. 7 금요일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사제 성화의 날) 여러분의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마음 안에 사시게 하시며, 여러분이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그것을 기초로 삼게 하시기를 빕니다 (에페 3,17) 오늘은 “예수성심대축일”입니다. 그분의 마음을 닮기를 바라는 날. 우리가 닮기 어려워 하는 것은 그분의 ‘마음’이 아니라 그로 인해 빚어지는 결과들입니다. 예수님을 닮는다면 나는 모든 것을 내주어야 하고, 십자가를 견뎌내야 한다는 마음이 두려움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먼저 떨쳐내야 할 것은 ‘두려움’입니다. 예수님을 닮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불확신의 두려움, 예수님을 닮았을 때 감내해야 할 어려움들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두려움을 내려 놓는 것은 ‘믿음’을 통해서입니다. 어두운..
2024.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