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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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5,28]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2024. 6. 30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열두 해를 하혈병으로 앓았던 여인. 가진 것을 모두 쏟아 부었지만 상태만 더 나빠졌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그랬던 그녀가 한 사람을 만남으로써 12년 동안의 병고에서 구원됩니다. 병을 치유하려고 온 재산을 소모했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던 반면, 구원 받는데 들어간 비용은 고작 옷자락을 만지는 것. 우리는 은총을 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그분과의 참된 만남에 대한 열망과 믿음입니다. 그 여인 둘레에는 예수님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들로 북적거렸지만 기적의 힘이 흘러나가지는 않았습니다. 참으로 예수님을 만난 사람은 그 여인 한 사람뿐. 옷자락에 손이라도 대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구원 받으리라는 ‘믿음’이 그녀를 살린 ..
2024.06.30 -
[마태 8,3]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2024. 6. 28 금요일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산상설교를 마치신 예수님께서 산에서 내려와 나병 환자를 고쳐 주십니다. 하고자 하시면 못할 일이 없는 예수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저희에게도 ‘하고자 하셔서’ 우리의 질병과 가난을 치유해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왜 그 때는 그렇게 하시고 지금 나에게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가. 하느님은 인간에게 생명과 기쁨을 주시지만 동시에 재난과 슬픔을 허락하십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계획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시간’안에 있는, 하느님만이 아시는 뜻. 그래도 서운한 건 서운한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나병환자인 그 사람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알았을까? 그리고 하느님의 그 사랑이 나와 인류에게 어떤 ..
2024.06.28 -
[마태 7,21]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2024. 6. 27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오늘의 말씀은 예수님의 유명한 ‘산상설교’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시작하여, ‘서로 화해하여라’, ‘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원수를 사랑하여라’, ‘오른 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등의 설교를 마치시고 하시는 당부의 말씀입니다. 아름답고 좋은 말을 다 들었으니 이제 용기를 내어 ‘실행’하라고 명하시는 것입니다. ‘말씀씨앗’을 읽으시는 교우 여러분. 오늘 하루, 미루어 왔던 ‘화해’와 ‘용서’, 혹은 ‘자선’과 ‘나눔’등, 구체적인 사랑을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지요? 그래서 하느님 말씀의 ‘씨앗’이 여러분들의 머리로부터 손과 발로 내려와 ‘말씀의 열매’를 맺기를 기도합니다.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
2024.06.27 -
[마태 7,17] 좋은 나무는 모두 좋은 열매를 맺는다
2024. 6. 26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좋은 나무인지 나쁜 나무인지는 열매를 보고 알 수 있다’는 말은 내가 좋은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 머무는 좋은 나무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 안에 머물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열매를 맺어 주실 것입니다. 그에 대한 가르침이 오늘 화답송 시편 중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말씀이 아름답고 맛있어서 이곳에 적어 봅니다. “주님, 당신 법령의 길을 가르치소서. 저는 끝까지 그 길을 따르오리다.. 당신 가르침을 따르고, 마음을 다하여 지키오리다.. 당신 계명의 길을 걷게 하소서. 저는 이 길을 좋아하나이다. 탐욕이 아니라 당신 법에, 제 마음 기울게 하소서” 내 안의 두려움, 걱정, 슬픔은 믿음, 희망, 사랑이라는 하느님 법령에로 ..
2024.06.26 -
[에페 5,1]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2024. 6. 25 화요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동료의 고민을 들어줄 때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친구의 잘못도 간파하게 됩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척 하면서 그 동료의 부족한 부분을 짚어줍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서면 후회가 됩니다. 그냥 잘 들어주고 위로해 줄 걸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나도 내가 부족한 부분을 알고 있지만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상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나는 너의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그러니 그것을 고쳐야 한다는 식의 훈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후회를 하는 이유는 예수님 때문입니다. 그분은 우리의 잘못을 하나하나 캐내어 혼내시고 벌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변화하도록 기다리..
2024.06.25 -
[루카 1,64]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2024. 6. 24 월요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오늘은 요한 세례자 대축일입니다. 예수님보다 앞서 오셔서 그분의 길을 준비하는 요한. 그의 아버지 즈카르야는 천사의 소식에 의심을 품고 말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요한이 태어나는 순간, 그의 이름을 요한이라 일러주는 그 때, 그의 입이 다시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믿음이 사라진 입에서 나오는 말이란 언제나 불안과 모순. 그러니 차라리 벙어리가 되어 말을 하지 않는 편이 자신과 타인을 위해 더 유익한지도 모릅니다. 그 입이 믿음의 언어가 나오는 모태가 될 때, 말은 단순히 소리가 아니라 ‘말씀’이 될 것입니다. 믿음에서 나온 말씀은 사람을 움직이고, 그래서 그 말씀은 사람이 됩니다. 요한은 탄생 이전부터 사람이 될 ‘말씀’을 준비한..
2024.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