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교구장님 사목교서

2024. 12. 2. 07:29말씀묵상/강론

2025년 사목교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지난 202459일 칙서를 통해 ‘2025년 성년을 선포하셨습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매 25, 정기 성년을 선포하고, 이 성년을 통해 모든 신자들이 전대사의 은총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체험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이번 성년은 교황께서 성 베드로 대성전 성문을 20241224일에 열면서 시작되고, 202616일에 성문이 닫히면서 마무리될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 교구의 모든 신자들이 우리 교구뿐 아니라 전 세계 각 교구의 주교좌 성당을 방문하고 순례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지향하듯 희망을 체험하고 희망을 전하는 희망의 순례자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믿음으로 의롭게 된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더불어 평화를 누립니다.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로마 5,1-2)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희망의 희년을 선포하시면서, 모든 신자들이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신앙의 덕들을 깊이 묵상하고 살아가기를 권고하십니다. 로마서에서 언급하듯, 희망의 삶은 믿음을 기초로 이루어집니다. 사도 바오로는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히브 11,1)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가진 믿음의 확신 안에서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희망은 사랑에서 비롯되며, 십자가 위에서 창에 찔리신 예수님의 거룩한 성심에서 샘솟는 사랑에 토대를 둡니다. 이는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향주삼덕, 즉 신망애(信望愛) 삼덕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세 가지 덕의 실천으로 우리 모두가 더욱 깊은 신앙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향주삼덕의 기초는 바로 믿음입니다. 특히 사랑 지극한 예수 성심께 대한 깊은 믿음의 고백은 우리를 더욱 깊은 신앙으로 이끌어 줍니다. 왜냐하면 예수 성심에서 나오는 자비를 체험한 이들은 세상이 주는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용기와 힘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희망의 희년을 보내면서 우리 교구 모든 신자들이 늘 실천해 왔던 성체조배의 삶을 생활화하도록 합시다. “하느님께 가까이 가십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가까이 오실 것입니다.”(야고 4,8) 이처럼 우리 모두가 먼저 성체 앞에 나아가 하느님을 만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성체의 신비와 사랑 안에 머물 수 있는 신자들이 됩시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우리를 믿음으로 충만하게 해주며, 희망으로 이끌며, 사랑으로 감도 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사도 바오로는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희망합니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24-25) 보이는 가치, 현세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에 이 말씀은, 우리가 희망의 덕을 새롭게 생각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왜냐하면 희망은 보이지 않는 실체이기 때문입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님도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라는 회칙을 2007년에 반포하셨습니다. 이 회칙 안에서 교황님은 극단적 현실 중심주의,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이루고자 하는 근시안적 사고,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 찬 현상을 이유로 지적하면서, 현재 우리를 감싸고 있는 세상의 많은 이들이 희망을 품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음을 언급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인간은 더욱 자기만족에만 머물고, 세상은 계속해서 만족에 만족만을 추구하는 욕구의 장으로 변화되었음을 밝히십니다. 우리는 오늘날에 더욱 극명하게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 나오는 아쉬움과 슬픔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 신자들이 희망의 성년을 보내면서 개인과 공동체를 넘어 세상에 희망을 보여주는 희망의 전도사, 희망의 선포자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희망을 선포하는 이들이 되기 위해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보고 노력해야 할 것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신자 모두의 희년 : 성체 앞에 나와 기도하며, 믿음의 확신을 살아가는 신앙인으로 거듭납시다. 그리고 우리의 믿음에서 나오는 희망찬 삶의 모습을 이웃들에게 증거하고 보여줍시다.

청소년·청년들의 희년 : 젊은이들이 희년을 맞이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2027년 세계 청년대회를 준비하면서, 젊은이들에 대한 교회와 교회 구성원 모두의 깊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먼저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원의를 깊이 헤아릴 수 있기를 바라며, 특별히 학교 밖 청소년들과 위기 청년들을 향해 사랑을 베푸는 희망의 전도사가 되어 봅시다.

가정에서의 희년 : 작은 교회로서의 가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가정 안에서부터 기도가 이루어지고, 가족 구성원 간의 화해와 용서, 이해와 포용 그리고 사랑과 화목의 성가정이 되도록 노력해 봅시다.

본당 공동체에서의 희년 : 본당 내적으로는 신자 재교육으로 신앙의 기초를 다지면서, 냉담자, 행불자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전하며, 본당 밖에 있는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이웃 종교에는 관용과 대화를 통해 희망을 선포하는 본당 공동체가 되어 봅시다.

교구에서의 희년 : 희망의 희년 여정을 시작하면서, 외국인 노동자, 이주민, 난민, 장애인을 비롯한 우리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합시다. 아울러 연대의 마음으로 가난한 외국 교회를 위한 도움에도 함께 합시다.

지역사회를 위한 희년 : 지역사회 안에서 단순히 종교적 믿음을 나누는 것을 넘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이웃이 되어 봅시다.

평화를 위한 희년 :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힘의 논리로 인한 전쟁이 하루빨리 종식되고,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의 일치를 위한 우리 모두의 기도와 노력이 이루어지는 희년을 만들어 봅시다.

 

희망의 희년을 보내며, 교구 주보이신 바다의 별 성모님께 전구의 기도를 바칩니다. 삶의 폭풍우 한가운데에서 바다의 별이신 성모님은 우리를 도우러 오시고, 희망의 지표를 밝혀 주십니다. 바다의 별이신 성모님의 전구로 우리 교구의 모든 신자들이 기쁘고 희망찬 희년의 한 해, 은총의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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