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 07:30ㆍ말씀묵상/강론
찬미예수님.
대림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대림(待臨)은 그분의 ‘임재(臨在)’를 기다린다는 의미입니다. 대림은 라틴어로 ‘아드벤투스(adventus)’, 즉 ‘도착’이라는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도착하신다는 의미입니다. 도착하시기 전에 준비하자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대림의 참된 의미는 그래서 예수님께서 다시 오심, 즉 그분의 두 번째 오심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물론 이러한 준비와 기다림은 우리 지상의 순례길에서 계속되어야 할 일이지만 특별히 대림시기를 통해 그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연습하는 시기입니다. 그 준비란 회개와 속죄입니다. 대림 시기는 전례의 성격에 따라 두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첫째 시기는 대림 1주일부터 12월 16일까지입니다. 전례는 다시 오실 예수님을 묵상하며 기다리는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그래서 성경도 '깨어 기다림'에 역점을 둡니다. 둘째 시기는 12월 17일부터 24일 성탄 전야까지입니다. 주로 예수님의 탄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예수님의 재림이 어떤 의미인지, 오늘 아침 성무일도 독서의 기도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예루살렘의 성 치릴로의 예비자 교리 가운데의 내용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것은 대부분 이중적입니다. 그분의 탄생이 이중적입니다. 하나는 시간이 생기기 전 하느님으로부터의 탄생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 찼을 때의 동정녀로부터의 탄생입니다. 그분의 강림도 이중적입니다. 하나는 양털 위에 내리는 이슬 같은 은밀한 강림이고 다른 하나는 장차 밝히 드러날 강림입니다.
첫번째로 오실 때 그분은 강보에 싸여 구유 위에 누워 계셨고 두번째 오실 때에는 빛을 겉옷 삼아 입으실 것입니다. 첫번째로 오실 때에는 십자가를 지고 치욕을 당하셨고, 두번째로 오실 때에는 천사들의 무리에 둘러싸여 영광 속에 오실 것입니다. 첫번째 오실 때 주님은 당신 자비의 섭리에 따라 온유한 설득으로 사람들을 가르치고자 하셨지만, 장차 다시 오실 때에는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당신의 왕권에 복종케 하실 것입니다.
우리 모든 신앙인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며 우리의 구세주이심을 믿고 고백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고백은 습관적인 고백, 내적 동의 없는 고백이어서는 안됩니다. 때론 자신의 마음의 안정이나, 호기심으로 신앙에 발을 내디딘 사람도 있습니다. 혹은 자신의 동의 없이 유아세례를 통해 신앙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우리의 구세주라는 고백이 자발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교회가 그렇게 가르치니 그런가보다라는 정도의 생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봅니다. 하느님은 이런 각자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우리를 부르셨고, 그래서 처음에는 예수님께서 우리의 구세주이심에 대해 깊이 받아들이고 믿고 살아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고백해야 합니다. 우리를 이곳으로 이끈 그분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당신의 아들 예수님이 모든 영혼의 구세주라는 것을 성경을 통해, 교회의 풍부한 자산과 성인들을 통해 우리를 가르치십니다. 우리는 유아기적 신앙에서 벗어나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이 무슨 의미이며 그것을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성숙한 신앙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어렴풋하게라도 그분이 우리의 메시아시심을 믿고 입으로 고백할 수 있다면, 그분의 다시오심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분의 입에서 헛된 말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를 세운 것도 예수님의 약속이며 명령이고, 다시 오시겠다는 말씀도 그분의 약속이며, 깨어 기다리라는 것도 그분의 명령입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에게 메시아를 보내시겠다고 약속하셨고 수천년의 기다림 끝에 예수님이 오셨습니다. 그것과 똑 같이 그분을 다시 우리에게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고, 하느님 역사 안에서 반드시 오실 것입니다. 이 지상에서의 생활은 그분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시간, 그분의 시간안에서 혼인잔치로 준비된 그 나라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대림시기를 보내는 이유는 그분의 다시 오심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으로 내가 그분 앞에 섰을 때를 상상해 보는 시기입니다. 나는 사랑의 계명을 지키기 위해 내 욕심을 버리고, 미워했던 사람을 용서하고, 가진 것을 나누며, 지구촌의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오늘 복음은 말합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이 대림시기. 교회에 의해 제정된 아름다운 이시간. 그분 앞에 섰을 때 그분을 다시 만났을 때, 그분의 만남이 반갑고 기쁜 일이 될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은총을 청합시다. 그러기 위해 함께 기도합시다. 제가 기도하면 여러분은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로 응답하십시오
+주님 저희의 영혼과 정신과 육신을 거룩하게 하시어, 당신의 아드님이 오실 때까지 우리를 흠 없이 살게 하소서
+주님 저희에게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혀 주시고 성령을 가득 채워 주소서
+주님 당신 성자께서 영광스러이 나타나실 때까지, 저희를 깨어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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