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11. 15:35ㆍ말씀묵상/강론
오늘은 사순 제 1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때가 차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예수님의 선포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회개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회개. 희랍어로 메타노이아입니다.
메타노이아의 ‘메타’는 ~을 넘어서란 뜻입니다.
‘메타피지카’는 피지카를 넘어, 영어로 이야기 하자면 메타피직, 물리학의 경계를 넘어선, 그럼 어떤 학문일까요?
형이상학. 한자로도 번역이 잘 되었습니다.形而上學, 형체를 지닌 것 보다 위에 있는 어떤 것에 대한 학문입니다.
메타버스라는 말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버스는 시내버스가 아니라 유니버스(Universe), 그러니까 현실의 세계 너머, 가상 세계인 것입니다.
그럼 메타노이아는 무슨 뜻일까요?
‘노이아를 너머선’이란 뜻이겠죠. 노이아란 영어로 Konwledge, 앎,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 메타 노이아란 ‘나의 생각을 넘어선’이란 의미가 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회개와 ‘나의 생각을 넘어선’이란 의미로서의 회개가 매칭이 잘 되나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회개’한다 하면,
지난 날을 뉘우치고 반성하여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간단한 표현으로는 가던 길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고 하죠.
그래서 사순시기, 혹은 대림시기에 ‘회개’해야 한다고 말하면
우리는 뭔가 부담스럽고 힘들고, 어두운 과거를 돌이킨다는 것이
우울함을 가중시킨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메타노이아는 엄밀히 말해서 나의 생각을 뛰어넘는 것에 동참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메타노이아는 우리 인간이 하는 것 같지만,
하느님의 모든 것이 메타노이아, 회개입니다.
우주를 창조한 것도 참으로 신비한 일이죠.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르면 이 우주의 창조나 인간의 창조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것은 불확정성으로 흩어지게 되어 있다.
높은 확률의 것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는 엔트로피의 법칙.
예를 들어 콩을 흩뿌려서 사랑해라는 글자가 새겨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우주, 이 지구, 우리각자의 탄생은 이러한 물리학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본적인 우리의 앎을 넘어서 있는 사태이자 신비입니다.
메타노이아. 우리가 회개라 부르는 메타노이아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우주를 창조한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다는 사실입니다.
메타노이아입니다. 무한을 능가하는 절대 존재가 인간이 되십니다.
그냥 오시지 않습니다.
석가모니는 왕자여서 왕궁에서 태어났습니다.
왕궁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번듯한 곳에 태어나셔도 될 법하셨는데,
가장 낮아지기 위해 마굿간에서 태어납니다.
하느님의 지극히 낮아지심, 지존하신 분이 최고로 낮아지시는 모습.
우리의 생각을 뛰어 넘습니다.
메타노이아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의 전생애는 이 메타노이아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고, 정의롭지 않은 자들에 맞서지 않고 목숨을 내어 주십니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살해 당합니다. 메타노이아입니다.
우리들은 적장에서 우리의 장수가 죽으면 패배했다고 여깁니다만,
하느님께서는 정반대의 선택을 하십니다.
당신의 아드님을 죽음에 넘기심으로써 당신이 우리를 이기려 하지 않으십니다.
무한대의 자비를 보여주십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 세상에 오시고 가장 낮은 자리에 취하시며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죽임을 당하시는 이 일련의 사건은
자기를 높이려 하고 정의라는 명목으로 남을 이기려 하고 더 많이 가지려 하고
자기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친구도 가족도 버리는 비정한 우리 인간의 모습과,
우리의 일상적인 생각과 완전히 뒤 바뀐 생각과 삶. 그것이 메타노이아입니다.
회개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회개는 단순히 나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과연 옳은가?
되돌아 보는 것. 세상이 우습게 보는 가난과 낮아짐을 실천해 보는 것.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기도록 도와 주는 것.
바로 하느님의 메타노이아 한 삶을 우리의 삶으로 옮겨 오는 것이 회개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신적인 시야에 함께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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