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8. 20:37ㆍ말씀묵상/강론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선 후배 신부님들, 그리고 교우 여러분.
오늘은 우리 검암동 성당 37돌을 경축하는 본당의 날입니다. 아울러 부족한 제가 사제 수품 받은지 25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은경축의 날이기도 합니다. 신학생 때, 은경축 맞이하는 신부님 축하식을 보면서, ‘아 저 신부님, 이제 할아버지 신부님이시네, 은퇴하실 날이 얼마 안남으셨네’하며 축하와 더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제가 그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신부님은 꽤나 어른 같으셨는데, 저는 지금 어떤가 하는 반성도 해 봅니다.
제 서품성구는 마태오 복음 20장 28절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입니다. 사제로 서품되면서 교우분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사제생활을 해야겠다 결심은 했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과연 첫 마음대로 살아 왔는지 부끄럽습니다. 올 한해는 지난 25년을 되돌아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오랫동안 잘난 척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잘난 척 했던 만큼 하느님 앞에서 제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닫고 슬퍼하며 살았던 시간도 짧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지난 25년은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섬기기에는 부족하였던 것입니다.
검암성당에 부임한지 오늘로 286일.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제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제로 살면서 하느님을 내 마음에 모시지 않은 적은 없지만, 교우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하느님이 나에게만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음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을 만나면서 이제 섬기는 사제가 ‘되어야겠다’가 아니라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를 섬긴다는 것은 결심이 아니라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참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입니다.
이제야 제 서품성구,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온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것을 깨닫는데 25년이 걸린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품 25년은 사제 생활 오래했다는 축하가 아니라 사제 생활을 새롭게 다시 시작하라는 하느님의 새로운 부르심이라 생각합니다.
부족했지만, 사제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의 기도와 염려덕분임을 잘 압니다. 우선 넘어지려 할 때마다 다시 세워주신 하느님. 그리고 제 자신을 하느님 다음으로 잘 아시는 팔순노모와 가족들의 염려와 기도가 있었습니다. 또한 오늘 함께 해 주신 신부님들과 많은 동료 신부님들의 사랑에도 감사드립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수많은 교우분들, 은인들, 동료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잔치를 준비해 주신 사목회를 중심으로 한 우리 본당의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25주년 사제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고 섬기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오늘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2024년 10월 27일
서강휘 임마누엘 신부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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