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1. 23:37ㆍ말씀묵상/강론
오늘을 어린이날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모두 어린 아이입니다. 모두 축하드립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서로 사랑합시다.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인 요한1서의 유명한 말씀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하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순간 우리는 하느님 안에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사랑은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들어 줍니다. 일치시킵니다. 일치란 두 사람을 똑 같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서로가 자신을 주장하지 않는 새로운 상태, 둘이지만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둘인 그런 상태가 됩니다. 나를 상대방을 통해 알게 됩니다. 그러한 관계가 바로 하느님을 만나고 있는 상태가 됩니다. 동시에 상대방이 나의 하느님이 되는 특별한 만남입니다. 하느님은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입니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의 하느님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한자의 어질 인자와 사람 인자는 같은 의미입니다. 어질 인자는 지금의 표현으로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사랑과 사람은 같은 말입니다. 우리 말에서도 사람과 사랑, 그리고 삶은 같은 어근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삶과 사람과 사랑은 본질적으로 같은 의미입니다. 우리의 모든 삶이 사랑이며, 그렇게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랑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란 참 인간의 삶이다라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모든 삶 전체가 사랑이고 사랑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이냐를 묻는다면 참으로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며 우리의 온 삶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라’는 말은 우리의 온 삶이 하느님 다워라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온 삶이 하느님 답다는 것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며 우리의 모습이 하느님과 닮아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오늘 요한 23세의 평정의 십계명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단 하루,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갔으면 좋겠는지를 알려줍니다. 공자 역시 ‘오늘 하루 자신을 이겨 하늘의 뜻을 회복한다면, 천하의 모든 것이 사랑으로 돌아갈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사랑하라는 단순한 표현이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 전체를, 나의 하루 삶 전체를 담고 있는 것이니만큼 하루하루의 결심과 실천이 바로 사랑의 실천이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나는 내 삶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들지 않고 오늘 하루를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
오늘 하루, 나는 행동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 품위 있게 행동하고 아무도 비판하지 않으며 오직 나 자신만을 비판하고 바로잡겠다.
오늘 하루, 나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 창조되었고, 다른 이들을 위해서 뿐 아니라 이 세상을 위해서도, 그렇게 창조되었다는 확신을 가지고 행복하게 지내겠다.
오늘 하루, 나는 상황이 내가 바라는 대로 맞춰지기를 바라지 않고 상황에 나를 맞추도록 하겠다.
오늘 하루,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 가운데 10분이라도 좋은 책을 읽는데 쓰겠다. 육신을 위해 음식이 필요하듯이 영혼을 위해 건전한 독서는 꼭 필요하다.
오늘 하루, 나는 착한 일 한 가지를 하겠다. 그리고 그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
오늘 하루, 나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 무언가를 하겠다. 혹시 불쾌하더라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하겠다.
오늘 하루, 나는 명확한 계획을 세우겠다. 지키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반드시 세우겠다. 그리고 조급함과 우유부단함이라는 두 가지 악을 조심하겠다.
오늘 하루, 나는 상황이 어떻든지 하느님의 자애로운 섭리가 마치 세상에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나를 돌보고 계신다는 것을 굳게 믿겠다.
오늘 하루, 나는 아무 걱정도 하지 않겠다. 아름다운 모든 것에 기뻐하고 두려움 없이 하느님의 호의를 믿겠다. 선을 행하라고 내게 주신 시간은 12시간 뿐이다. 평생 쉼 없이 선을 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선을 행하겠다는 용기마저 잃게 될 것이다.
교황님의 이 십계명을 되새기면서 나를 사랑하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오늘 하루가 되시길,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챌 수 있는 은총을 청해 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