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4. 10:25ㆍ말씀묵상/강론
우리는 좋은 것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삶에서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떤 것이 있나요? 삶의 체험 가운데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단연코 사랑일 것입니다. 남녀간의 불타는 사랑을 체험해 본 분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달콤한지, 얼마나 재밌고 기쁘고 충만한지 잘 알겁니다. 그리고 뜨겁게 사랑한 사람들이라면 그 사랑이 영원하길 꿈꿉니다. 하지만 남녀의 사랑은 영원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처음의 마음은 어느 샌가 식어 버리고, 때론 다툼으로, 이별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 사랑 안에서 영원을 꿈꾸게 되는 이유는 인간의 불완전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분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유란 말은 철학적, 신학적 용어인데, 부분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얼마 전 우리 본당에서는 아이들 여름 성경학교가 있었고 8월 15일 성모승천 대축일에는 세례식과 어린이 첫영성체식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축하해 주시고 수고해 주셨죠. 그 가운데 가장 수고하신 분들은 선생님들입니다. 여러분들 아시겠지만 우리 성당의 선생님들은 최근에 막 들어오신 분들도 있지만 5년, 7년, 10년, 15년 이렇게 오랫동안 교사활동을 한 분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은 사회생활도 하고 자녀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혹은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이기도 하구요. 그 바쁜 와중에 선생님을 하는데, 한해 두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다 보면 5년, 10년, 혹은 그 이상 오랫동안 하게 되요. 선생님한다고 떡이나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봉사합니다. 왜 그럴까요? 기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나의 시간, 나의 노력, 내의 애정을 아이들에게 예비자들에게 나누어 먹일 때 그들이 배우고, 성장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그것처럼 기쁜 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그 삶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죠.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먹고 마시고 향유하는 것이 즐거운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의 정성을 봉헌해서 누군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 만큼 기쁜일은 없습니다. 그 맛을 알게 되면 그 봉사를 멈출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기쁨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봉사나 교사생활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오해를 사기도 하고 갈등을 빚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지만 세례식이나 첫영성체식이나 아이들 신앙학교등을 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하느님 자녀들을 보면, 거기서 얻게 되는 그 뿌듯함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인거죠.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은 내가 누군가에게 빵이 되어 먹히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먹히우는데 내 마음이 오히려 기쁨으로 충만해지고 배가 불러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랑의 기적이고, 빵이 되어 오신 예수님께서 당신을 먹고 마시라는 초대인 것입니다. 내 빵을 먹고 마시고, 나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고, 내 안에 살아라 하는 말씀은 너희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나누고 희생해야 한다는 어려운 요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너 자신을 빵으로 내어 놓는 것만큼 기쁜 일이 없으니 그 기쁨에 함께 하자는 초대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당신을 봉헌할 때 슬펐을까요 기뻤을까요? 괴로움으로 인해 지치셨을까요, 아니면 기쁨으로 충만하여 멈출 수 없었을까요? 저는 확신합니다. 그분은 힘들고 지치고 피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너무너무 기쁘셨고 행복하셨을 겁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을 느끼셨고 그 행복이 영원하길 바라셨을 것입니다. 아니 그분은 하느님이셨으니 그것만이 영원한 가치가 있음을 아셨고, 그래서 그 삶을 사셨고, 그래서 기뻤고,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초대하신 것입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만나를 먹은 이스라엘을 죽었지만 내가 주는 빵은 영원한 생명을 준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영원한 생명은, 나를 나누는 것을 멈추고 싶지 않은 기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먹으라고 내어 주십니다. 그것이 당신의 멈출 수 없는 기쁨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예비자들을 위해서 또 그 누군가를 위해서 내 시간과 열정과 노력을 내어 놓을 때 나의 그것을 받아 먹은 그들의 기쁨을 보고 내 자신이 기쁜 것, 그 기쁨을 예수님은 말하신 것입니다. 그분의 살과 피를 받아 먹는 것이 나에게는 영신적 유익이지만 그분에게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학에서 말하는, 그리고 오늘 예물기도에서 말하는 교환의 신비입니다. 그분은 당신을 먹히우도록 내어 주시고, 그것을 받아먹은 내가 기쁘지만 그분도 기쁩니다. 나도 덩달아 나를 내어주니 상대방이 그것으로 기쁘고 나도 기쁩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기뻐하십니다. 사랑의 기쁨은 이처럼 서로를 행복하게 합니다. 하느님과 나와 너가 하나가 됩니다.
우리에게 살과 피로 오신 예수님, 그리고 그분을 받아 먹어 그분안에 살라고 하신 오늘의 말씀의 의미는 그분을 내가 받아 먹는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빵이 되어 되어 주는 것과 동일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살과 피를 마시라는 요청은 그 사랑의 놀라운 신비와 기쁨에 동참하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이 한주간. 날이 덥고 짜증나는 일이 있겠지만 그분을 받아 모시고 나를 누군가에게 내어주어 하느님과 나와 그 사람이 영원히 기쁠 수 있기를 그래서 참으로 풍성하고 행복한 한 주간 될 수 있길, 이 미사중에 함께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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